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마스크 5부제 첫날이다 / 마스크 단상

by CrimsonPunch 2020. 3. 9.

공적마스크 5부제 :
1주일(7일)에 1인 2매 구입으로 제한, 필요한 경우 사적으로 유통되는 마스크를 구입해서 착용하도록 함

 

본인이 수령하는 경우

  • 출생년도 끝자리가 1,6 ==> 요일에 구입, 월요일에 못 사면 토/일에 구입
  • 출생년도 끝자리가 2,7 ==>요일에 구입, 화요일에 못 사면 토/일에 구입
  • 출생년도 끝자리가 3,8 ==> 요일에 구입, 수요일에 못 사면 토/일에 구입
  • 출생년도 끝자리가 4,9 ==>요일에 구입, 목요일에 못 사면 토/일에 구입
  • 출생년도 끝자리가 5,0 ==>요일에 구입, 금요일에 못 사면 토/일에 구입

*월요일에 샀다면 토/일에 살 수 없음

*이번주 월요일이나 토/일에 못 샀다고 해서 다음주 월/토/일요일에 2개 더 살수 있는 것은 아님

즉 마스크 2개 구입 찬스는 그 주에 사용하지 않으면 소멸됨

 

특수 케이스

 

2010년 1월 1일 이후 태어난 어린이:

  • 엄마와 아이가 같이 오면 엄마 요일에도 아이 마스크를 살수 있고(엄마찬스) 아이 요일에도 살 수 있음,
    *엄마 마스크는 본인 요일에만 살 수 있음/이도저도 헷갈리면 그냥 토/일에 다같이 사면 됨(재고가 있다면)
  • 엄마만 오면 아이 요일에 살수 있음(엄마 요일에 못삼)
  • 아이만 오면 아이가 자기 신분 증명하고 (여권이나 학생증, 등본) 살수 있음

* 2010년 1월 1일 전에 태어난 만 11세부터의 아이들은 직접 신분 증명하고 사야 함

 

 

만 80세부터의 어르신(1940년 12월 31일 이전 출생) 

  • 등본상 동거인(A)이, A의 신분증과 동거인 증명 가능한 등본 가지고 오면 대리수령 가능

장기요양급여 수급자

  • 등본상 동거인(A)이, A의 신분증과 동거인 증명 가능한 등본, 장기요양인정서 가지고 오면 대리수령 가능

장애인 

  • 누구나(B) 대리수령 가능, B의 신분증과 장애인 본인 등록증 가지고 오면 대리수령 가능

 

마스크 5부제 관련 미성년자, 어르신, 장기요양급여 수급자, 장애인 대리수령 안내

 

 

=======================

마스크에 대한 단상

=======================

 

약국에서 하루종일 마스크를 끼고 근무한 지 벌써, 두 달이 넘었다.

 

근무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약국에서 이렇게 종일 마스크를 끼고 근무하게 된 것이다 보니 

함께 근무하는 다른 분들의 얼굴을 기억하기 어렵게 되었고

그 분들도 내 얼굴이 어떻게 생겼는지 아마 기억해 내기 어려울 것 같다.

물론 약국을 찾는 손님들은 말할 것도 없다.

 

처음에는

 

마스크를 낀 손님들을 응대하고, 

거리에서, 버스에서, 지하철에서 마스크를 낀 수많은 사람들과 마주하면서 느꼈었다.

'사람들은 눈이 참 예쁘구나.'

 

사람들은 코와 입을 보이지 않고 서로에게 자신의 눈만을 보여주면서 대화를 하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각자의 '눈짓' 역량을 발전시키게 되었다. 눈으로 다채로운 감정표현을 하기 시작했다.

감정표현이 더 풍부해진 것은 최근의 마스크 대란이 일어나면서부터다.

 

마스크 대란 속에서

약사들에게 손님들은 눈으로 주로 다음과 같은 감정 표현을 한다.

 

  1. 아이 참 나 마스크 하나만 맡아 주면 안될까~? 아무데도 말 안할게~
      나 집에 식구들도 갖다 줘야 하는데~ 나 단골인데~  우리 사이에 박하게 굴지 말지~ (눈웃음+애교+애교)

  2. 마스크 내놔. (살기)

 

(* 물론, 많은 손님들에게서 1에서 2로 표현이 전환되는 것은 시간 문제다.)

 

그럼 나도 눈으로 주로 다음과 같은 감정 표현을 한다.

  1. 아이 어떡해요 저도 드리고 싶은데 아우 죄송해서 어떡해요(최대한 미안한 울상으로)

  2. 죄송합니다........ (눈 지그시 감으며 꾸벅, 고개 들면서 손가락으로 마스크 한번 고쳐 잡기)

 

마스크를 쓴 사람들은 자신의 얼굴 반 이상을 가렸다는 생각 때문인지

더 자신감을 갖게 되거나, 더 뻔뻔해지거나, 더 공격적으로 변하기도 한다. 

마스크를 낀 채 약국에 들어와, 마스크 재고가 없는 것을 보고, 약사들이 다 빼돌렸다며 욕을 내뱉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그런 욕을 들을 때에, 나는 마스크가 없어 4일째 같은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최근 공적 마스크의 판매를 상당수 약국에 맡기게 되면서 약사들은 더욱 혼란에 빠졌다.

공적마스크 판매로 인해, 처방조제 및 일반약 판매의 업무가 거의 마비가 되면서, 

자영업자인 약사들이 갑자기 개인 비용을 들여 국가에 봉사를 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런 국가 재난 상황에서 손님들의 원망과 항의와 욕을 온몸으로 받아내면서 심신이 피폐해져 가며 봉사를 해야 하는 것이 과연 맞는 일인가, 약사는 공무원이 아닌데, 아니 그렇지만 국민의 건강 관리에 기여해야 하는 직업인데, 아니 그렇지만, 마스크는 복약지도와 같은 약사의 역량이 필수인 물품은 아닌데, 차라리 약이었다면 덜 비참할텐데, 아니 욕받이도 하루 이틀이어야지, 아니 정책은 또 바뀌었다고? 아니 공적 마스크가 오늘은 왜 이만큼 오고 어제는 또 그만큼 왔지?......

 

매일 아침 약국에 들어서는 전국의 약국장님들과 근무약사들과 직원들은

약국 앞에 길게 늘어선 줄을 보고 일종의 공포심을 느낀다.

 

 

가장 난감한 것은 대부분의 새로 마련된 정책이나 그의 변경에 대한 공지를

뉴스 기사로 접하거나 뉴스를 보고 약국에 오는 손님들에게 제일 먼저 듣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제대로 시스템을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언론에서 먼저 발표를 하고, 약사들은 근무하던 도중에 

전혀 쌩뚱맞게 새로운 지침에 대한 명령과 지시를 받고 그에 대해 준비를 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거의 학술적인 내용만을 정적인 분위기 속에서 주고받던 온갖 약사들의 단톡방은

마스크 이야기, 마스크 이야기로만 도배가 되어 갑자기 방향성을 잃어버리게 되었고

어느 방이 어느 주제의 단톡방인지조차 분간이 어렵게 되었다. 

 

 

 

이번 주부터는 마스크 5부제라는 것이 도입되었다.

아침 일곱시부터 마스크 5부제를 안내하는 국민재난처 알림에 잠에서 깨었다. 알람보다 강력한 진동 덕에 잘 기상할 수 있었다.

(사실 밤이고 낮이고 온갖 행정구역에서 날아오는 재난 관련 알림 문자에 무뎌진 지도 오래 되었다.)

 

지난 3일간 대리수령 범위에 대해서도 말이 많았고, 그 사이에 또 여러번 정책이 바뀌었다. 

아마 지난 주처럼 마스크 줄서기와 새치기로 인한 혼란은 조금 줄어들겠지만,

약사들에게 융통성있게 굴라며 화를 내거나, 갓난아이 이름으로 대형 마스크를 구입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많을 것이다.

 

마스크 노이로제에 걸릴 것 같다.

일개 근무약사인 나조차 이렇게 마스크 때문에 머리가 아프고 우울감에 빠지는데,

국장님들, 특히 1인 약국 국장님들은 얼마나 절망적일까.

 

코로나바이러스라는 질병 재난은 단지 경기 침체 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서로가 서로를 혐오하고 비난하고 불신하는 지옥을 경험하게 하고 있다.

실제로 이러한 상황으로 인한 우울증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많다.

 

2020년은, 아마도 많은 약사들에게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가 아니라 #마스크로 기억될 듯 하다.

 

모두가 힘들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현장에서 자신의 건강과 행복과 편안을 모두 반납하고 매달려 있는 의료진들이 있다. 

그런 분들의 노고를 생각하면 국민들이 약사들의 수고로움까지 알아주기를 바라지도 않지만,

최소한 공격은 하지 않아 주셨으면 한다.

 

다들 조금만, 조금만 더 서로를 배려하고

침착하게, 이성적으로 생각해준다면 참 좋겠다.